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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애도함
김한식 님의 글입니다. 2009-05-26 11:16:26, 조회 : 2,068, 추천 : 164

연구실 벽에 시계가 하나 있다.
오래 전에 멈추었지만
시끄러운 초침 소리가 싫어 그냥 두고 있었다.

이제 건전지를 끼우고 시간을 맞춘다.
시계가 멈춘다고 시간이 멈추는 것은 아닌데
그동안 나의 시간은 어디로 가 버린 걸까.

아홉 앞에서 멈추어 떨고 있던 초침이 돌아간다.
분침을 돌려 시침을 맞춘다.
몇 달의 시간을 몇 분 안에 조정하고
다시 초침이 꺾이는 소리를 듣는다.

시간은 우리를 그냥 두지 않는다.
방향은 알 수 없지만 어디로든 끌고 간다.
세상의 이치다.

눈 앞의 새 길이 낯설어 보인다.
지난 시간에 애도를 표한다.
알 수 없는 미래의 시간에도 미리
눈물 한 방울 쯤 던져 둔다.



그가 마을 뒷산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한 시대가 끝났음을 알았다. 그는 바로 우리 시대였다. 누구도 그처럼 치열하게 자기를 시대 속에 던져 시대와 하나 된 삶을 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가 보여준 숭고, 그가 넘지 못한 한계 그리고 비극적 종말이 모두 그 개인의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숭고였으며, 우리 자신의 한계가 아니었던가. 그리고 그의 이 비극적인 종말은 시대가 길을 잃고 낭떠러지에서 추락한 것이 아닌가?
1979년 부마항쟁으로 장전되고, 80년 광주항쟁을 통해 발사된 시대, 모든 불의한 것들에 대한 광기 어린 분노가 총알처럼 아스팔트 위를 질주하던 시대가 불러낸 사나이가 바로 노무현이었다. 그는 광주항쟁 이듬해 이른바 부림 사건으로 체포되고 고문당해 만신창이가 된 부산의 대학생들을 변호사로서 만나면서 처음 역사에 발을 들여놓았다. 불의에 대한 끓어오르는 분노, 타인의 고통에 대한 순수한 공감이 아무 걱정 없던 세무 전문 변호사를 역사의 가시밭길로 불러내었던 것이다.

그 뒤 그는 역사의 부름에 언제나 자기의 전 존재를 걸고 치열하게 응답했던 소수의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 치열함이 우리를 감동시켰고, 그 감동이 그를 끝내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까지 밀어올렸다. 그것은 그의 명예이기 이전에 한 시대가 보여줄 수 있는 치솟은 숭고였으니, 그는 우리의 자랑이었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나는 역사가 이렇게 한 걸음 더 진보한다고 믿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5년 뒤 그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짐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청와대를 떠날 때, 내겐 더 이상 그에게 실망하고 분노할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그가 고향마을에 큰 집을 지어 이사하는 것을 보고, 잠깐 그 많은 공사비가 어디서 나왔을까 궁금했을 뿐.

그런데 그가 고향 뒷산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왜 이렇게 내가 살아 있는 것이 부끄러워지는가. 그는 자기를 던졌는데 나는 왜 구차하게 살아 있는가? 그의 시대는 나의 시대이기도 했으며, 그의 실패는 나의 실패이기도 했는데, 왜 그만 가고, 나는 여기 남아 있는가.

내가 그에게 동의하든 하지 않든, 그는 치열했다. 이를테면 그가 권력이 청와대에서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말했을 때, 나는 깊이 좌절하고 실망했으나, 생각하면 그것은 그 개인의 한계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한계였다. 자본이 절대 권력이 된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그 한계 앞에서 변절하거나, 세치 혀로 한계를 넘어갈 때, 그는 자기 방식으로 시대의 한계와 끊임없이 부딪혔고, 결국 좌절했다. 그가 곧 한 시대였으니 시대의 좌절이 그에게 치명적 타격으로 돌아온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보라, 한때 우리의 사랑을 받았던 소설가가 다른 것도 아니고 광주를 팔아 노벨상을 구걸하고 있을 때, 노무현은 모욕과 멸시 속에서 구차하고 더럽게 살기보다 깨끗이 파멸을 선택함으로써, 우리 시대가 비록 실패한 시대이기는 했으나, 적어도 비겁한 시대가 아니었음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우리 시대가 오월 광주의 죽음에서 시작되었듯이, 모든 새로운 시대는 죽음 위에서 잉태된다. 죽지 않아야 할 사람이 죽었으니 머지않아 운명의 여신은 그 핏값을 받기 위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자들이 그에게 적용했던 그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그들을 그리고 우리를 심판할 것이다. 그 심판을 피하려면 우리 자신이 정화되어야 할 것이니, 역사는 그렇게 쇄신되는 것이다.

뜨겁게 사랑했으므로 내가 미워했던 마음의 벗이여, 잘 가오. 그대 영전에 오래 참았던 울음 우노니, 그대 나 대신 죽어, 내 마음에 영원히 살아 있으리.(김상봉)

이선미
삶과 죽음이 하나로 통한다 하더라도, 없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은 아닌게 분명합니다. 복잡하고, 허허로운 마음을 다잡으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요. 없는 것 속에서 더 많은 것들이 있다고들 하지만.... 물질적인 감각을 넘어선 정신의 힘을 보는 가슴 떨리는 긴장과 전율도 알고있지만... 그래도 없는 것은 현실이라는 생각이.... 그래서 마음이 자꾸 멈추게 되는것 같습니다. 따뜻함과 신뢰를 알게해주는 많은 것들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2009-06-02
14:16:01

 


김주현
봉하 마을 가까운 남쪽의 공기는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마음을 새롭게 벼리고 살아가는 수밖에요. 오래 못본 선생님들! 심호흡 크게 하시고, 혼탁한 서울 공기에도 질기게 버티시기를. 2009-06-08
17: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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